
제주에서 스토킹과 교제 폭력 피해를 수차례 신고한 40대 여성이 전 연인에게 흉기로 살해됐다.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고 있었지만 범행을 막지 못하면서 피해자 보호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시 상황은 인근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영상에는 A씨가 B씨의 팔을 붙잡고 주차된 차량으로 끌고 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B씨는 강제로 차에 태워지는 과정에서 몸부림치며 저항했다.
B씨는 흉기에 찔린 뒤 차량 밖으로 빠져나왔지만 A씨는 그대로 차를 몰고 달아났다. 피해 여성은 당시 “살려달라”고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 시민들의 신고로 구조됐으나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범행 약 3시간 30분 만인 오전 5시 8분께 제주시 건입동 길거리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다.
조사 결과 B씨는 지난 5월 중순부터 A씨의 교제 폭력과 스토킹 피해를 여러 차례 경찰에 신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경찰은 지난달 16일 보복 폭력 피해 우려 등을 이유로 B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112 신고 시스템상 안전조치 관리대상으로 등록했다. 최초 신고 이후 약 4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러나 B씨는 범행 당시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었음에도 갑작스러운 공격에 긴급 신고 버튼조차 누르지 못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에서 20대 남성이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납치한 사건과 맞물리면서 경찰의 피해자 보호 체계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두 사건 모두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가 지급됐지만 실제 범행 상황에서는 긴급 신고에 활용되지 못했다. 송파 사건에서는 범행 당시 스마트워치 전원이 꺼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신고에만 의존하는 보호 방식에서 벗어나 고위험 가해자에 대한 격리와 접근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스마트워치만으로는 계획 범행을 예방하기 어렵다”며 가해자의 접근을 막을 제도적 장치와 입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계획범죄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서정민 기자
bnt뉴스 라이프팀 기사제보 life@bntnews.co.kr









